개요
헌법재판소는 2022. 7. 21. 대불비용 부담금에 관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조항들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결정을 선고하였다.
1. 재판관 7:2의 의견으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2011. 4. 7. 법률 제10566호로 제정된 것) 제47조 제2항 후단 중 ‘그 금액’ 부분이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헌법불합치] 이에 대하여는 위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아니한다는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이미선의 반대의견이 있다.
2.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2011. 4. 7. 법률 제10566호로 제정된 것) 제47조 제2항 전단, 같은 항 후단 중 ‘납부방법 및 관리 등’ 부분,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2011. 12. 31. 법률 제11141호로 개정된 것) 제47조 제4항은 각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합헌]
□ 사건개요
○ 청구인들은 의원급 의료기관 개설자로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료분쟁조정법’이라 한다) 제2조 제5호의 보건의료기관개설자에 해당한다.
○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장은 2018. 1. 23. 청구인들을 포함한 의원급 보건의료기관개설자 29,675명에 대하여 각 79,300원을 부과하는 ‘2018년도 손해배상금 대불비용 부담액 부과·징수 공고’를 하였다.
○ 청구인들은 2018. 4. 18.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소송 계속 중에 의료분쟁조정법 제47조 제2항 및 제4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자, 2018. 12. 13.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 심판대상
○ 이 사건 심판대상은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2011. 4. 7. 법률 제10566호로 제정된 것) 제47조 제2항(이하 전단을 ‘이 사건 부과조항’, 후단을 ‘이 사건 위임조항’이라 한다) 및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2011. 12. 31. 법률 제11141호로 개정된 것) 제47조 제4항(이하 ‘이 사건 징수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2011. 4. 7. 법률 제10566호로 제정된 것)
제47조(손해배상금 대불) ② 보건의료기관개설자는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금의 대불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여야 하고, 그 금액과 납부방법 및 관리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2011. 12. 31. 법률 제11141호로 개정된 것)
제47조(손해배상금 대불) ④ 제2항에 따라 보건의료기관개설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 제3항에도 불구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요양기관에 지급하여야 할 요양급여비용의 일부를 조정중재원에 지급하는 방법으로 할 수 있다. 이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요양기관에 지급하여야 할 요양급여비용의 일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이를 조정중재원에 지급하여야 한다.
□ 결정주문
1.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2011. 4. 7. 법률 제10566호로 제정된 것) 제47조 제2항 후단 중 ‘그 금액’ 부분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2. 위 법률조항은 2023. 12. 31.을 시한으로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한다.
3.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2011. 4. 7. 법률 제10566호로 제정된 것) 제47조 제2항 전단, 같은 항 후단 중 ‘납부방법 및 관리 등’ 부분,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2011. 12. 31. 법률 제11141호로 개정된 것) 제47조 제4항은 각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 이유의 요지
● 이 사건 부과조항 - 합헌
○ 손해배상금 대불제도는 의료사고 피해자에 대하여 우선 조정중재원이 미지급된 손해배상액을 대불하고, 사후적으로 배상책임이 있는 보건의료기관개설자 또는 보건의료인에게 그 대불금을 구상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의 신속한 구제를 도모하고 보건의료인의 일시적인 경제적 곤란을 방지하여 궁극적으로 안정적 진료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 이 사건 부과조항은 손해배상금 대불제도를 운영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대불비용 부담금을 보건의료기관개설자에게 부과하는 근거 조항이다.
○ 손해배상금 대불제도는 의료사고로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되는 보건의료기관개설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 주고 안정적 진료환경 조성에 기여하는바, 이러한 측면에서 보건의료기관개설자는 손해배상금 대불제도를 통해 추구하는 공적과제와 객관적으로 근접한 집단이고 그 재원 마련을 위한 집단적인 책임이 있다. 의료기관개설자는 대불금의 지급으로 인해 분쟁의 신속한 종결이라는 효용을 얻게 되므로, 공적 과제와 특별히 밀접한 관련성도 인정된다.
○ 따라서 이 사건 부과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 이 사건 위임조항 중 ‘납부방법 및 관리 등’ 부분 - 합헌
○ 헌법재판소는 2014. 4. 24. 2013헌가4 결정에서 이 사건 위임조항이 법률유보원칙과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의료분쟁조정법 제47조 제1항은 손해배상금 대불제도의 기본적인 사항에 관해 규율하고 있고, 같은 조 제4항은 사실상 대부분의 보건의료기관개설자에 적용될 수 있는 징수방법을, 같은 조 제3항, 제7항은 대불비용 부담금의 관리에 관한 기본 사항도 규율하는 등 대불비용 부담금에 관련된 기본권 제한의 본질적인 사항에 관해서는 법률에서 이를 규율하고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이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
- 개별 보건의료기관개설자들의 부담액이나 납부절차 등에 관련된 기술적이고 세부적인 사항은,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하고 수시로 변화하는 상황에 대응해야 하므로 하위법령에 위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손해배상금 대불제도의 입법목적 및 관련조항을 종합하면, 대불비용 부담금을 부과하는 산정기준으로 의료행위에 따른 위험성의 정도 차이와 의료기관에서 행해지는 의료행위의 양 등이 주로 고려될 것임을 예측할 수 있고, 시행 초기에 대불비용 부담금이 적립된 후의 추가적인 부담은 대불이 필요한 손해배상금의 총액이 증가하는 정도와 결손이 발생하는 정도를 고려하여 정해질 것임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 이 사건 위임조항이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지 않고 이 사건 위임조항 중 ‘납부방법 및 관리 등’ 부분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선례의 결정이유는 이 사건에서 그대로 타당하다.
● 이 사건 위임조항 중 ‘그 금액’ 부분 - 헌법불합치
○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 사건 위임조항 중 ‘그 금액’ 부분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된다.
- 선례는 보건의료기관개설자들에 추가로 징수할 대불비용 부담금은 결손을 보충하는 정도에 불과하여 대불비용 부담금을 정기적·장기적으로 징수할 가능성이 없다고 보았다. 일단 대불비용으로 적립된 금액은 결손이 발생하지 않는 한 어느 정도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며, 그 후의 추가적인 부담은 대불이 필요한 손해배상금의 총액이 증가하는 정도와 결손이 발생하는 정도를 고려하여 정해질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런데 의료사고 피해자의 손해배상금 대불청구가 점차 증가하였고, 대불금 구상 실적은 극히 저조하여 적립된 재원은 빠르게 고갈되었다. 이에 따라 선례의 예측과는 달리 대불비용 부담금의 추가 징수가 여러 차례 반복되었다.
- 그럼에도 이 사건 위임조항은 부담금의 액수를 어떻게 산정하고 이를 어떤 요건 하에 추가로 징수하는지에 관하여 그 대강조차도 정하지 않고 있고, 관련조항 등을 살펴보더라도 이를 예측할 만한 단서를 찾을 수 없다.
- 반복적인 부담금 추가 징수가 예상되는 상황임에도 대불비용 부담금이 ‘부담금관리 기본법’의 규율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입법자의 관여가 배제되어 있다는 점도 문제가 있다.
- 입법자로서는 대불비용 부담금액 산정의 중요한 고려요소가 무엇인지를 이 사건 위임조항에 명시하는 방식으로 구체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어떤 요건 하에 추가로 대불비용 부담금을 부과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법률로 정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
○ 헌법불합치결정과 잠정적용 명령
- 이 사건 위임조항 중 ‘그 금액’ 부분을 단순위헌으로 선언하는 경우 대불비용 부담금의 부과·징수의 근거가 없어지게 됨에 따라 혼란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 또한 이 사건 위임조항 중 ‘그 금액’ 부분의 위임 내용을 어떻게 구체화하여 대통령령에 위임할 지에 관하여는 입법자가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 할 사항에 속한다. 따라서 이 사건 위임조항 중 ‘그 금액’ 부분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되,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잠정적용을 명하기로 한다. 입법자는 늦어도 2023. 12. 31.까지 개선입법을 하여야 하며, 그때까지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 사건 위임조항 중 ‘그 금액’ 부분은 2024. 1. 1.부터 그 효력을 상실한다.
● 이 사건 징수조항 - 합헌
○ 이 사건 징수조항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요양기관에 지급하여야 할 요양급여비용의 일부를 조정중재원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대불비용 부담금을 징수할 수 있도록 한다.
○ 이 사건 징수조항은 일종의 공제 방식을 통해 대불비용 부담금의 납입을 확실하게 담보하려는 것으로서 그 목적이 정당하고, 요양급여비용의 일부를 조정중재원이 바로 지급받는 방식으로 대불비용 부담금을 징수하는 것은 목적 달성에 적합하다.
○ 대불비용 부담금의 납입이 지체되거나 거부된다면 대불제도의 재원 고갈을 피할 수 없다는 점, 대불비용 부담금 납입을 담보하기 위한 다른 수단이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 이 사건 징수조항은 단지 그 징수의 방법을 규정한 것으로서 부담금의 내용적인 측면에서 새로운 부담이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종합하면, 이 사건 징수조항은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었다.
○ 따라서 이 사건 징수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 이 사건 위임조항 중 ‘그 금액’ 부분에 대한 반대의견(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이미선)
○ 손해배상금 대불제도가 대상으로 하는 의료사고는 환자 개인의 특성이나 해당 의료행위 등을 한 보건의료인의 귀책 정도 등 개별적이고 우발적인 요소에 의해 발생하나, 의료사고의 유형이나 발생 빈도, 이로 인한 피해의 규모 등은 당대 의료기술의 수준이나 사회적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는 특징을 가진다. 또한, 손해배상금 대불제도는 재원을 충당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만 보건의료기관개설자에게 대불비용을 부과·징수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 사건 위임조항 중 ‘그 금액’ 부분의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는 위와 같은 점을 고려하여야 한다.
○ 의료사고의 유형이나 발생 빈도, 이로 인한 피해의 규모 등은 의료기술의 발전 정도나 사회적 환경의 변화에 따라 수시로 변동될 수 있고, 대불 청구 현황과 기지급된 대불금에 대한 상환 정도 역시 가변적이어서, 대불에 필요한 재원의 규모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유지하여야 할 것인지를 미리 정하기 어렵다. 또한, 대불 재원의 충당 자체가 변동성을 지니는 이상 부담금을 추가로 부과·징수하기 위한 구체적인 요건과 그 범위를 미리 확정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볼 수 없고, 보건의료기관개설자별로 부담하여야 할 대불비용의 산정기준과 그 부담액의 상한을 확정하는 것 역시 적절하지 않다. 그렇다면 위임의 구체성과 명확성의 요건은 완화될 수밖에 없다.
○ 의료분쟁조정법 제47조는 손해배상금 대불의 대상 및 대불청구권자, 대불청구의 요건을 규정하고, 보건의료기관개설자를 대불비용의 부담자로 규정하며, 구상 및 결손처분에 대해서도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대불비용 부담금의 부과와 부담금액 산정에 관한 핵심적인 내용으로서, 위 규정들로부터 손해배상금 대불제도 시행 초기에는 제도를 운영할 수 있을 만큼 대불비용 부담금이 부과·징수될 것이라는 점과 이후 추가적인 부과·징수는 대불비용의 재원을 충당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 이루어지고 그 범위는 대불이 필요한 손해배상금의 총액이 증가하는 정도와 결손이 발생하는 정도 등을 고려하여 정해질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각 보건의료기관별 의료사고의 발생 빈도나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의 정도 등을 기준으로 고려하여 보건의료기관의 종류와 규모별로 대불비용 부담금액이 차등 산정될 것이라는 점도 예측할 수 있다.
○ 그렇다면 선례의 입장은 이 사건에서도 그대로 타당하므로, 이 사건 위임조항 중 ‘그 금액’ 부분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 결정의 의의
○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위임조항 중 ‘그 금액’ 부분이 부담금의 산정방식이나 요건에 대해 아무것도 정하지 않고 대통령령에 이를 포괄적으로 위임하였으므로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다. 입법자는 이 결정의 취지에 따라 개선입법을 하여 위헌적 상태를 제거하여야 한다.
○ 종래 이와 견해를 달리하여 이 사건 위임조항 중 ‘그 금액’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헌법재판소 결정(헌재 2014. 4. 24. 2013헌가4)은 이 결정 취지와 저촉되는 범위 안에서 변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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